자살 산재, 판정위와 법원의 판단 차이
최초 작성 2026.06.18 · 최종 검토 2026.07.30 · 작성 채현주 변호사
자살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업무 스트레스가 정신질환을 만들거나 악화시킨 경우입니다. 그 질환이 자해행위로 이어졌다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적 출발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입니다. 자해행위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를 둡니다. 그 예외 사유를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3호는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라고 적고 있습니다. 판단 기준이 의학적 확인이 아니라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이 이 조문의 무게입니다. 판단하는 쪽에서 서류를 열면 제일 먼저 보는 칸도 이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산재 사건 중에서도 자살 산재는 유족에게 가장 가혹한 절차입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족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더 힘든 것은 그 설명이 종종 "통상의 업무 범위", "개인적 취약성", "원래 예민한 성격"이라는 말 앞에서 멈춰 선다는 점입니다.
판정위와 법원의 판단은 얼마나 다를까요?
판정 단계 인정률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공단이 절반 가까이 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2026년 6월 15일 보도한 근로복지공단 자살 산재 소송 자료는 이 간극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연도 | 심의 건수 | 인정 건수 | 인정률 |
|---|---|---|---|
2021 | - | - | 52.78% |
2022 | - | - | 45.8% |
2023 | 87건 | 38건 | 43.7% |
2024 | 108건 | 34건 | 31.5% |
2025 | 80건 | 30건 | 37.5% |
2021~2022년은 보도에 인정률만 제시되었습니다. 2023년 이후 인정률은 보도된 심의 건수와 인정 건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선고·종결 연도 | 총 소송 건수 | 실질 패소(패소+취하) | 실질 패소율 |
|---|---|---|---|
2023년 | 17건 | 8건 | 47.1% |
2024년 | 31건 | 16건 | 51.6% |
2025년 | 30건 | 12건 | 40.0% |
합계 | 78건 | 36건 | 46.2% |
2024년 자살 관련 소송의 실질 패소율은 51.6%였습니다. 같은 해 전체 유족급여 사건의 패소·취하율 35.1%보다 훨씬 높습니다. 자살 사건에서만큼은 판정 단계가 법원이 보는 업무관련성의 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왜 "평균인이라면 버텼을까"를 물으면 안 될까요?
법이 보호하는 대상은 추상적인 평균인이 아니라 그 일터에서 실제로 일하던 그 근로자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두3867). 사람마다 건강 상태, 성격, 병력, 직장 내 위치, 견딜 수 있는 압박의 정도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질문은 "평균인은 버텼을까"가 아니라 "이 근로자가 그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의 흐름 속에서 왜 무너졌는가"입니다.
보도에서 소개된 판결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규직 전환 불가, 업무 변경, 질책 같은 사정이 "통상적인 업무"라는 말로 쉽게 지워져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내성적 성격이나 완벽주의 같은 개인적 성향이 있었다고 해서 업무관련성이 자동으로 끊기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개인적 취약성"이라는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 말은 때때로 결정서에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문장처럼 쓰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취약성은 탈락 사유가 아니라 분석해야 할 사정입니다. 허리가 약한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 들다 디스크가 악화되었다면 "원래 허리가 약했다"는 말만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도 같습니다. 기존 불안, 예민함, 완벽주의가 있었다면 오히려 업무상 압박이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유족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감정적 호소를 시간순 인과관계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억울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항목이 비어 있으면 판단자 앞에는 억울하다는 말만 남습니다. 언제 업무가 바뀌었는지, 누가 어떤 질책을 했는지, 정규직 전환 불가나 배치전환 같은 인사 사건이 언제 있었는지, 그 뒤 수면·식사·진료기록·약물처방·가족에게 한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표로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사망 직전 3개월, 6개월, 1년을 나누어 보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업무량의 변화, 책임의 증가, 상급자의 말, 동료와의 갈등, 평가나 계약 갱신 문제, 병원 진료 시점, 주변인이 본 이상 징후를 같은 표 안에 놓으면 사건의 흐름이 보입니다. 법원은 단편적인 한 장면보다 여러 사정이 쌓여 정신질환을 악화시킨 과정을 봅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 규정은 심사·재심사·법원 판결로 취소된 사례를 분석해 같은 판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3개년 실질 패소율 46.2%라는 수치는 그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합니다.
시간순 인과관계표를 만듭니다. 사망 전 3개월, 6개월, 1년을 나누어 업무량 변화, 인사 사건, 질책, 평가·계약 갱신 문제를 정리합니다.
행동·건강 변화 기록을 확보합니다. 수면, 식사, 진료기록, 약물처방, 가족에게 한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함께 정리합니다.
개인적 취약성을 탈락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기존 성향이 업무 압박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판정위 단계부터 법원의 언어로 준비합니다. 판정위가 알아서 법원 기준을 반영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처음부터 판례가 요구하는 구조로 자료를 제출합니다.
법령 기준을 정확히 인용합니다. 시행령 제36조 제3호가 상당인과관계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서면의 뼈대로 씁니다.
내 사건의 쟁점부터 정리해야 한다면
진단명, 업무 내용, 처분서 유무를 기준으로 필요한 자료를 먼저 확인합니다.
오늘 해두면 좋은 것
고인의 업무가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무렵 어떤 말과 행동이 달라졌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 두십시오. 날짜가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순서만 남아 있어도 나중에 진료기록과 맞춰 시간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자살이 산재가 되지는 않습니다. 업무와 정신질환과 자해행위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법은 그 연결고리를 보아야 합니다.
유족급여 신청을 준비하시거나 불승인 통지를 받으셨다면 상담해 주세요. 남아 있는 기록으로 어떤 흐름을 세울 수 있는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소백 법률사무소
전화: 02-2138-3041
상담 시 재직 기간, 업무 변화 시점, 진료 이력을 함께 알려주시면 안내가 빠릅니다.
변호사 채현주
참고 법령 및 판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제2항, 고의·자해행위 및 그 단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제3호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오마이뉴스 2026. 6. 15. 보도(근로복지공단 자살 산재 소송 자료)
자주 묻는 질문
Q. 평소 성격이 예민했거나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으면 인정이 어렵습니까?
그것만으로 업무관련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성향에 업무상 압박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기존 질환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업무가 그 질환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는지가 판단 지점입니다.
Q. 판정위에서 불승인됐다면 소송까지 가야 합니까?
최근 3개년 자살 관련 소송에서 공단의 실질 패소율은 46.2%였습니다. 판정 단계의 불승인이 곧 최종 결론은 아니라는 뜻이므로 소송 검토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통계가 개별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자료를 놓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유족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료는 무엇입니까?
업무 변화와 인사 사건의 시점, 그 이후의 건강·행동 변화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자료입니다.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 동료와 가족의 진술이 그 시간표를 뒷받침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Q. 변호사 상담은 언제 받는 것이 좋습니까?
판정위 단계부터가 가장 좋습니다. 처음부터 법원이 요구하는 인과관계 구조로 자료를 준비해야 이후 절차에서도 같은 논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성자
채현주 변호사, 소백 법률사무소
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산재 불승인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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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근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대법원 2015두3867 판결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시행 2026.07.01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판례는 판례 원문으로 확인했습니다. 확인일 2026.07.30.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시행일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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